EVE의 에디터 ‘세상에오럴수가’ 입니다. 세상에 오럴수가 싶은 재밌고 신선한 섹스 화두나 오럴때 저럴 때 매번 달라 헷갈리는 섹스 상식들을 다룹니다.
저는 아직 한번도 섹스를 안해봤는데 너무 하고싶어요. 근데 먼저 하자고 하기엔 용기도 안나고 제 살 있는 몸에 자신이 없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갖고, 자연스레 섹스를 할 수 있을까요?
-이브레터에 날아온 질문 中
인생 1회차 첫 섹스를 앞둔 이들이여, 오럴수가의 칼럼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제발 흑역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부터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서로에게 잊지못할 밤을 선사하겠다는 야망까지 저마다의 심정으로 싱숭생숭함이 느껴진다. 첫 섹스,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 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반도의 섹스 칼럼리스트 S.오럴수가와 함께 차근차근 알아보자.
*일단 섹스할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겠다.
🧐첫 섹스에 대한 마인트 콘트롤
환상을 거두자
뭐든 처음은 설렌다. 그러나 항상 그 설렘이 충족되었나? 처음 자전거 페달을 밟았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상쾌하게 지면을 가를 것이라는 상상과는 다르게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넘어지는 것은 다반사요, 주변 사람에게는 민폐의 연속이지 않았는가?
처음 하는 신체 활동은 이처럼 서툴고 어렵다. 섹스 역시 마찬가지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첫 섹스는 환상적으로 좋기 어렵다. 첫 섹스에 머리에 종이 울렸네 잠깐 우주를 보았네 하는 말들은 인생 첫 직장 첫 출근에서 곧바로 임원이 되었다는 말 만큼 판타지다. 인정하자. 인생 첫 섹스는 분명 미숙하고 어려워 오르가즘을 느낄 확률이 낮다. (섹스 칼럼니스트 3년의 커리어를 걸고 확신한다)
그러니 맘 편하게 먹자. 첫 섹스는 어쩌면 앞으로 계속하게 될, 혹은 별 흥미가 없을 수도 있는 생애주기 내 신체적 활동 중 첫 스텝일 뿐이다. 기대치를 한없이 낮추라는 소리가 아니다. 불필요한 환상을 거두고 담백하게 그 행위에 임하자는 취지다. 그래야 비로소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첫 섹스를 하기 전이라면, 내가 얼마나 섹스를 잘 해낼지보다는 어떻게 섹스를 결심했는지를 더 면밀히 들여다봤으면 한다. 당신이 어쩌다 그 사람과 살을 맞대고 깊은 잠을 청하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은 명쾌하며 후회가 없는지를 되짚어보자.
대화를 나누자
그런데도 참 두렵다. 능숙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 알몸을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섹스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상대와 함께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참 많은 것들이 부담스럽고 두렵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상대와 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어떤 섹스 판타지를 갖고 있는지, 어떤 곳이 성감대인지, 어떤 부분에서 성욕이 바사삭 식는지, 신체 중 어떤 부분에서 콤플렉스가 있는지 등을 얘기해야 한다. 이런 대화를 본격적으로 하기 어렵다면 좀 톤을 낮출 수도 있다. 어떤 대상과 순간에 섹시함을 느꼈는지, 혹은 어떤 장소에서 비로소 홀가분한지, 감성 충만한 음악은 무엇이며 어떤 주종을 좋아하는지 등을 얘기해보자.
섹시함과 섹스를 주제로 한 대화는 상대와 벌일 섹스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상대도 나도 섹스에 대한 저마다의 부담과 판타지를 가진 인간임을 이해하게 한다. 어렵고 서툴겠지만, 진심을 담아 섹스에 대한 차근차근 대화를 나눠보자. 그리하면 분명 당신이 가진 부담과 공포가 눈에 띄게 줄었을 것이다.
☝건강과 안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
피임에 대해 제발 공부하자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첫 자전거 시승에 손목과 무릎 보호대를 왜 착용하는지 혹시 아는가? 첫 수영장 입문자에게 튜브와 구명조끼를 왜 입히는지 혹시 아는가? 초심자에게는 스릴이나 쾌감보다 ‘안전’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섹스 역시 다르지 않다. 섹스 역시 미숙함으로 인한 사고 발생률이 적지 않다. 첫 섹스를 앞두고 있다면 ‘피임 도구’를 필수적으로 준비하고 ‘피임 상식’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자. 오르가즘을 느끼냐 마냐는 그 다음 이야기다. (쾌락을 즐기기 전에 큰 사고부터 난다면 어쩌면 다시는 섹스를 시도하고 싶지 않아질 수도 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피임 방법은 ‘이중피임’이다. 배란일 전후로 임신 확률이 높은 날을 피해 콘돔과 함께 피임하는 것, 혹은 경구피임약과 함께 콘돔을 사용하여 피임하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자연주기법과 올바른 경구피임약 복용법 등은 산부인과나 제약회사의 출처의 인터넷 페이지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콘돔에 대한 올바른 착용법 역시 콘돔 내부에 표기되어 있거나 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많으니 만약 경험이 없다면 꼭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자.
위의 문단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용어가 있다면 당신은 1차 필기시험 탈락이다. 피임에 관한 적극적인 학문 탐구는 아무리 권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절대 ‘오버’가 아니며 ‘nerd같은 것’이 아니다. 이 분야에 대한 당신의 탄탄하고 올바른 지식은 어떤 상황에서도 맘 편하고 즐거운 섹스를 가능케 할 것이다. 그러니 꼭 꼼꼼하게 배우고 학습하자.
아프면 아닌거다
처음 섹스를 하게 된다면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윤활액이 평소보다 부족하게 나올 수 있다. 하여 손가락이나 성기의 삽입 시 통증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과도한 긴장으로 발기가 갑자기 풀리거나 회음부(고환 안쪽)에 과도하게 힘을 줘 쥐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오럴섹스, 핑거링, 삽입섹스, 전희 등의 순간순간에서 불편함이나 통증이 느껴질 수 있는데, 그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시도하자. 그래도 괜찮다. 앞서 말했듯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었을 뿐이다. 섹스를 멈추고 어떤 상황이 문제였는지 파트너와 함께 살펴보자. 지금의 한발 후퇴는 미래의 약진을 위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어거지로 섹스를 강행하는 것보다 나와 상대의 몸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분명 먼 미래에 오선생(Dr.Orgasm)을 마주할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 뭐든 편안한 맘으로 즐기며 시작해야 오래가는 법이다. 아프면 그만두자.
☝분명한 의사표현과 명시적 동의
환상과 부담을 내려놓고 섹스에 대한 대화도 시도했고 피임 공부도 제대로 실천했지만,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단계가 있다. 그것은 섹스를 권하는 말이다.
뭔가 멋들어지면서도 애매모호한, 자존심을 지켜가면서도 애절함이 묻어나는 권유.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섹스를 권하는 은유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예시들이다.
👉첫차 뜨기 전에 잠깐 라면 먹고 갈래?
👉우리 집에서 쉬다가 갈래?
👉오늘 엄마 아빠 여행 갔는데! 집 비었어!
왜 이런 두루뭉술한 말을 할까? 대개 대놓고 섹스하자는 말을 하기 부끄럽기도 하고, 내 자존심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의중을 조금 떠보고 싶어 이런 말을 건네곤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은유적 제안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오독/오해의 소지가 존재한다.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자기 좋은 집 침대 놔두고 왜 남의 집에서 쉬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고, 너희 엄마 아빠가 여행을 가든 말든 남의 집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니 섹스를 향한 분명한 의사 표현과 명시적 동의를 구하자. 그것이 참 용기며 섹시함이다. 우리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물어봐야 한다. 내 생각과 상대의 의사를 동시에 물어볼 수 있는 담백한 문장이면 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나는 너와 섹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 너는 어때?
👌나는 우리가 섹스하는 관계로 발전해도 될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가능한 날 함께 밤을 보내고 싶어. 언제 시간이 괜찮을까?
분명히 이 문장은 내장이 배배 뒤틀리는 듯한 어색함과 쪽팔림이 가득하다. 쿨하고 멋진 문장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상대의 의사를 정중히 묻고 답을 들어야 한다. 이제 그가 나와의 관계에서 섹스를 상상하고 또 진행할 생각이 있는지, 그게 지금이라면 속은 편안한지, 다음이라면 요즘 컨디션은 어떤지 스케줄을 괜찮은지. 이런 것들을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 물어봐야 한다. 상대가 숙고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도 있지만, 내가 그와의 섹스에 최상의 컨디션과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질문과 답변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가 이미 위의 단계를 성실하게 이행했다면, 어쩌면 그 사람과의 섹스는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굳은 결심을 통해 섹스를 진행할 수도 있겠고 어쩌면 갑자기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뭐든 괜찮다. 맘이 내킬 때 섹스하자.
자전거를 잘 타는 건장한 성인이 된 지금, 첫 자전거 타기에서 느꼈던 고통이나 창피함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를 지탱해줬던 누군가의 손이나 따뜻한 격려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첫 섹스를 앞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 모든 상황이 괜찮다. 충분히 배우고 준비되지 않았다면 미룰 수도 있고, 결심한 채 실행했다면 과도한 기대를 내려놓고 안전과 건강을 염려하며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용기와 떨림을 담아 투박하지만 정직한 첫 섹스를 시도해보자. 앞으로 당신이 몰고 갈 다양하고 아름다운 바퀴 자국을 힘껏 응원한다.
요약
1. 뭐든 처음은 미숙하고 서툴다. 첫 섹스는 환상적인 오르가즘을 느낄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환상을 거두자.
2. 첫 시도는 즐거움보다 안전수칙이 우선이다. '피임 도구'를 필수적으로 준비하고 '피임 상식'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자.
3. 불편함이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당장 멈추고 나중을 기약하자.
4. 섹스를 권할 때 분명한 의사표현과 명시적 동의를 구하자. 은유는 잠깐 즐겁고 잊히지만 담백하고 정직한 고백은 훗날 분명 당신을 웃음짓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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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섹스할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겠다."
*일단 섹스할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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